지난 글에 소개한 것처럼, 저는 2024년 7월 기준 대기업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을 다닌지 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SI회사를 다녔었는데 현재 대기업을 다녀보니, 왜 대기업이 SI회사를 쓰는지 알게되었습니다.

대기업이 SI회사를 쓰는 이유

2000년, 2010년대에는 대기업이 기술 등의 부족으로 하지 못한 일을 SI회사에게 맡겼습니다. 돈으로 능력을 산거죠. 차세대 프로젝트, 고도화 프로젝트 등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와서는 대기업이 하면 시간이 아까운 작업을 SI회사에게 맡깁니다. 대표적으로 야간 모니터링(관제), 홈페이지 유지 보수, 신기능 추가 등이 해당됩니다. 대기업 직원 1인당 1년 몸값(연봉+성과급 등)은 최소 5천만원 이상, 평균 7천만원 이상입니다. 몸값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을 대기업 직원에게 맡기기 싫어합니다. ROI(투자 수익률)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제가 일했던 SI회사유형도 대기업 직원 시간을 사는 유형이었습니다. 처음에 제가 대기업 직원을 바라볼때 “할 수 있는데 왜 안하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대기업 1년을 다녀보니 “저 일을 할 수 있지만, 일의 가치가 낮아서 나중에 하는구나”라고 느낍니다.

정리하면 2024년 기준 대기업은 직원이 직접 일을 하면 시간이 아까운 작업을 SI회사에게 맡깁니다. 돈으로 대기업 직원의 시간을 사고 더 가치가 높은 일을 직원에게 맡깁니다.

SI회사 미래

대기업이 바라보는 SI회사의 역할이 시간을 사는 것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점점 SI회사의 질을 떨어질 것 같습니다. AI 등 미래기술을 작업하는 SI는 예외이지만 대부분 SI회사 질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SI일자리도 당분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기도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기업 기술 내재화 비중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내재화의 의미는 SI처럼 외주업체에 맡기지 않고 대기업 인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뜻입니다.

기술 내재화 비중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외부 인원인 SI회사가 많은 레거시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024년 기준 대기업은 10년, 20년된 레거시스템이 많이 존재합니다. 2000년, 2010년에는 대기업에 레거시 시스템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 배경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비교적 적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 20년 이상 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이런 배경지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각 담당자들이 비협조적이면 프로젝트 진행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24.7에 언론에 공개된 신세계 차세대 프로젝트입니다. 2년동안 진행했던 차세대 프로젝트를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제가 느끼기에는 SI회사로만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적으면 10개 SI회사, 많으면 100개가 넘는 SI회사가 투입됩니다. SI회사끼리 서로 으쌰으쌰해야 하는데 계약된 일만 할려고 하니 서로 비협조적입니다. 그리고 이 많은 SI회사들이 기존 시스템 배경을 이해해야되죠. 차세대 프로젝트에 집중을 해야 하지만 배경이해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리고 서로 계약된 내용이 아니라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상황이 많이 생깁니다. 그래서 오늘날 대기업은 SI회사를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 개발팀을 꾸려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합니다. 2024년 기준 많은 대기업들이 기술 내재화를 늘려가고 SI회사 비중을 줄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사례가 있습니다. 지인 팀이 클라우드 설계를 SI회사에게 맡겼는데 내부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채 형식적인 설계도만 가져왔습니다. 회사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으면 무난한 설계였지만, 회사 시스템을 대입하면 엉망진창 설계도였습니다. 결국 비싼 돈 주고 조건에 맞는 설계도를 만들지 못했습니다.